(* 이 글은 전자e북으로 출판된 "아빠개와 엄마고양이의 육아생활"의 내용 중 일부임을 알려드립니다. 전체 내용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은 알라딘, 예스24, 유페이지를 통해 검색해보시기 바랍니다.)
<22> : 우울한 엄마 고양이
산전우울증 혹은 산후우울증에 대해 들어 본 적 있는가? 내심 나의 아내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내가 정신건강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아내 역시 유아교육학 박사였기에 이와 관련된 많은 지식들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론과 실제는 꽤나 많은 차이가 있고, 실제로 경험해보니 우리의 생각과 지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감정의 변화로 당황하는 아내, 그리고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나는 각자의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는 순간들을 여러 번 경험하게 되었다.
출산과 육아의 과정을 지나면서 아내는 가끔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곤 했다. 특별히 누군가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어떤 원인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냥 갑자기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폭풍처럼 아내의 마음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내의 말을 열심히 듣는 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내의 마음이 충족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원래 외향적인 성향을 가진 아내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집단 안에서의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다. 그런데 출산과 육아로 인해 사람들과의 관계가 거의 단절되었기 때문에 에너지를 얻을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거기에서 우울한 감정들이 찾아 왔던 것 같다. 그나마 도보 5분 거리에 아내의 본가가 있었기 때문에 장모님과 처제가 자주 찾아와 대화를 나눌 수 있던 것은 아내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덕분에 조금은 마음 편히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아내와 달리 육아 자체가 주는 힘듦으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부성애가 없나?’ 혹은 ‘이제 내 좋은 시절은 다 갔구나.’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 생활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가족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힘든 부분으로 다가왔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적인 동요가 사라지긴 했지만, 당시에는 문득 드는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를 가장 힘들게 했다. 그래도 그 시기를 견디고 나서 보니 지금은 우리 가족이 나에게 가장 큰 기쁨이고, 내가 책임감을 갖고 생활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안타깝지만 우울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완전히 막을 수 없는 것 같다. 시간이 답이라는 당연한 말을 할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부부의 노력을 통해 그 시기에 찾아오는 부정적인 감정을 줄일 수는 있을 것 같다. 우리 부부의 경험에 비춰보면 역시 자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서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고, 그것을 비난하지 않고 위로하는 것은 부부가 할 수 있는 좋은 대화 패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부정적인 감정을 마음에 담은 채 서로를 위로하는 것은 힘들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시도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남편과 아내 밖에 없다. 아마 연애 혹은 신혼시절부터 부부 사이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면, 이 시기에 서로를 위로하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수월할 것이다.
참고로 내가 생각하는 대화는 단순히 ‘말’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을 향한 눈빛, 스킨십, 몸짓, 말투, 억양 등 비언어적인 것을 포함한 모든 것이 나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하는 대화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익숙하지 않다면 짧은 글을 적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의외로 편지에 적힌 짧은 한 문장으로 인해 얼어있던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리기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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