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전자e북으로 출판된 "아빠개와 엄마고양이의 육아생활"의 내용 중 일부임을 알려드립니다. 전체 내용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은 알라딘, 예스24, 유페이지를 통해 검색해보시기 바랍니다.)
<10> : 고양이 사이에 낀 강아지
나에게 산부인과에 가는 일은 조금 어색한 경험이었다. 아마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겠지만, 산부인과는 참으로 어색하고 불편한 공간이다.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눈치를 주는 사람도 없는데, 괜히 나 혼자만 느끼는 그 어색한 분위기는 어떻게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자연에 한없이 가까운 모습을 한 여자들을 볼 기회가 어디 흔하겠는가. 화장기 없는 맨 얼굴, 배가 나온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 옷차림 등 남자가 적응하기엔 쉽지 않은 환경이다. 굳이 비슷한 느낌을 찾아보자면 연애시절 여자 친구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속옷 가게에 들어가 땀을 뻘뻘 흘릴 때와 비슷할 지도 모르겠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는 진료시간이었다. 당시 담당의사가 남자였는데, 아무리 의사라고는 하지만 남자가 아내의 진료를 본다는 사실은 다소 불편한 경험이었다. 거기다 그 현장에 내가 함께 있다는 것이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생각들은 사라지고 아무렇지 않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지금도 처음 진료를 받던 그 때의 당혹감이 생생하다. 아내 역시 처음에는 불편한 마음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괜찮아졌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보통 토요일 오전에 진료 받으러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간혹 절묘한(?) 타이밍 덕분에 산부인과 전체에 남자가 나 혼자인 적이 있었다. 거기에 있는 그 누구도 그 상황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당사자인 나는 혼자서 괜히 민망하고 어색했다. 그래서 급하지도 않은 볼일을 보러 화장실에 들락거리고, 전화 받는 척 하면서 밖으로 잠시 나가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일이지만, 그때 좀 더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함께 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남편과 함께 왔다는 사실이 부각되어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다행히도 당시 나의 불편한 마음과 행동을 아내가 눈치 채지 못했고, 그 덕분에 나는 지금도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지낼 수 있다.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남편들 대부분은 손에 스마트 폰을 쥔 채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내들은 그런 남편 옆에 조용히 앉아 있거나 아니면 본인도 스마트 폰으로 무언가를 만지작거린다. 그렇게 스마트 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남편들을 보다가 문득 그들이 스마트 폰 대신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 자랑을 조금 하자면, 나는 아내와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러 가서 스마트 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딴 짓을 한 적이 거의 없다. 대기하는 시간은 대부분 대화를 하며 보냈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덕분에 산부인과에서 느낄 수 있는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대화를 통해 공유할 수 있었다. 때로는 평일동안 시간이 부족해서 나누지 못했던 주제의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다. 우리 부부에게 산부인과에서의 대기시간은 지루한 시간이 아니라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기회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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