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전자e북으로 출판된 "아빠개와 엄마고양이의 육아생활"의 내용 중 일부임을 알려드립니다. 전체 내용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은 알라딘, 예스24, 유페이지를 통해 검색해보시기 바랍니다.)
<11> : 개판에서 살아남는 법
우리나라의 직장들은 법과 제도적으로 많은 부분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회식 문화도 많이 바뀌었고, 연차도 본인의 스케줄에 따라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 출산, 육아와 관련하여 일정을 조정하는 일, 특히 남자라면 이 부분에서 여전히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나 역시 직업 특성 상 여성 동료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산부인과 진료를 위해 연차를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우리 부부는 거의 토요일에 진료를 봤지만, 가끔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평일에 산부인과를 가야하는 상황도 생겼다. 그럴 때면 미리 업무를 마무리한 뒤 일정을 조정하여 연차를 사용했는데, 내가 할 일을 다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눈치를 주는 경우가 있었다. 보통은 상사의 눈치를 보게 되지만, 때로는 직장 동료가 “누구는 임신 안 해봤나, 출산 안 해봤나. 남자가 유별나네.” 등의 말을 하며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나는 그런 것들을 가볍게 무시(?)하는 편이라 마음에 오래 담아 두진 않았지만, 그래도 연차 결재를 받는 순간이나 업무를 조정해야 하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불편 할 수밖에 없다. 지금 생각해도 열 받는다.
물론 대부분의 동료들은 나의 상황과 불편한 마음을 이해해주었다. 감사하게도 나를 배려해주고 이해해주는 동료들 덕분에 그 순간을 무사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일정 조정을 해야 하는 부득이한 상황을 이해해주고 업무적으로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힘들었던 그 순간들을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산부인과 진료와 관련하여 불편한 말을 들었을 때, 위로해주고 함께 욕해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가벼운 위로의 한 마디를 했을 뿐이지만, 나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큰 위로와 힘이 되는 보물이었다. 그래서 나 역시 누군가 똑같은 상황에 처하면 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겠다고 다짐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나의 태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가 임신했을 때 결심했던 것 중 하나는 ‘아내를 1순위로 생각하되,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 때문에 업무에 방해가 되게 하지는 말자’라는 것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내 상황으로 인해 회사가 손해를 당하게 된다면 내가 떳떳하게 아내를 보살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업무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신경을 곤두세웠다. 내가 업무적으로 당당할 수 있게 되니 연차를 요구하거나 일정 조정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었다. 물론 주변에서 들려오는 뒷담화(?)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뒷담화가 들릴 때조차 나는 부끄럼 없이 아내를 위해 내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있는데, 바로 내가 가까이 해도 좋을 사람과 멀리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그 시간은 함께 할 수 있는 내 편과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인간관계가 정리된 덕분에 더 이상 쓸데없는 사람과의 싸움에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었고, 일의 능률이 더욱 향상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 이 책의 내용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하며,
이 책 내용의 전체 또는 일부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저작권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6] : 육아와 결혼생활 > 1. 아빠(개)와 엄마(고)양이의 육아(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Part2. 고양이, 임신하다!(6)] (0) | 2024.04.11 |
---|---|
[Part2. 고양이, 임신하다!(5)] (0) | 2024.04.11 |
[Part2. 고양이, 임신하다!(3)] (0) | 2024.04.11 |
[Part2. 고양이, 임신하다!(2)] (0) | 2024.04.11 |
[Part2. 고양이, 임신하다!(1)] (0) | 2024.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