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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공유할 일상생활/1. 게으른 청년 이야기21

<Episode.8> 게으름뱅이, 미지근한 삶을 살다. 어느 덧 취업을 깊이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사실 4학년이 되어서야 취업의 방향을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생각 없이 살았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전공 학과는 취업과는 거리가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동기들은 저마다의 진로를 결정하고 스펙들을 쌓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고, 4학년이 되어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져 취업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은행원이 되기 위한 준비를, 또 다른 이는 공무원 준비를 하는 등 각자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다만 학교에서든, 교회에서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전부였다.  내가 존경하는 교회의 누군가로부터 군무원이 장래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분 역시 군무원이었고, 열심.. 2024. 5. 21.
<Episode.7> 게으름뱅이, 노력하다. 나와 싸웠던 녀석의 학과보다 높은 순위를 받기 위해 의지를 불태우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 학과의 학생들이 강제로 행사에 참여하는 것만큼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참여할 마음과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모여야 재미도 있고 성적도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고로 학교 행사란 건 학생들이 즐겨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고, 아마도 그 녀석과 싸우지 않았다면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 아주 즐거운 체육대회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테마는 모든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체육대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즐거운 체육대회를 만들기 위한 기획단을 구성했다. 동기들이 든든한 지원군으로 흔쾌히 나서 주었고, 평소 알고 지내던 몇몇 선후배들도 도와주었다. 덕분에 좋은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고, .. 2024. 5. 21.
<Episode.6> 게으름뱅이, 등 떠밀려서 체육부장이 되다. 5개의 학과가 모여 있는 어느 단과대학에서는 매년 체육대회를 통해 친목 도모를 외쳤지만, 실제로 각 학과들에겐 자존심이 걸린 전쟁과도 같은 행사였다. 안타깝게도 그 전쟁터 속에서 샌드백 같이 매년 얻어터지고 꼴찌 경쟁을 하는 학과가 있었는데, 바로 내가 소속된 곳이었다. 신입생 때 혜성 같이 등장해서 선배들로부터 '학과의 미래'라고 불렸던 나는, 군 제대 후 아웃사이더 중에서도 최강의 아웃사이더 복학생이 되었다. 그나마 복학 직후에는 알고 지내는 여자 동기들이 몇 명 있었는데, 3학년이 된 이후로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남자 동기들은 다들 나보다 군대를 일찍 간 탓에 듣는 수업이 전혀 달랐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신입생은 초라한 아웃사이더 복학생이 되어 버렸다.  어느 때와 다름.. 2024. 5. 21.
<Episode.5> 억지로 떠난 2년 간의 여행을 마치고... 내 인생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던 군대에서의 2년이 끝나고 드디어 사회로 돌아왔다. 군인의 신분을 벗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지만, 아직은 사회인보다는 군인에 더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나는 이미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서 멋진 미래를 만들어봐야지!”  군 제대를 앞둔 남자라면 아마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군대를 전역한 초기에는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삶을 살기도 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대부분의 남자들은 다시 게으른 병장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늦은 밤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술을 마신 다음 날엔 늦게 .. 2024. 5. 16.
<Episode.4> 군대에서 배운 것 여행이 마무리된 것은 대한민국 남자라면 가야 할 군대에서 나를 찾았기 때문이다. 면제를 받으면 좋겠다는 바람과는 달리 전혀 면제 사유가 없었던 나는, 국가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입대하게 되었다. 그 때의 나에게 군대는 도둑놈이었다. 나의 가장 아름다운 청춘을 2년이나 빼앗아 가는 극악무도한 도둑놈 말이다. 보통 20대 초반에 군대를 가게 되는데, 그 시기야 말로 자신감과 열정만으로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한다. 혹시 실패하더라도 주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지닌 것이 바로 20대 초반의 청년이다. 다소의 무모함도 이해받을 수 있는 그 시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군대에 끌려가야 하는 대한민국의 불쌍한 남자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에서도 배.. 2024. 5. 16.
<Episode.3> 꿈이 빠진 노력 첫 번째 좌절은 생각보다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고, 그것을 극복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농구선수의 꿈을 쉽게 접을 수 없었던 나는, 고등학교 입학 후 1년 동안 선수가 필요한 곳에서 용병으로 뛰기도 하고, 길거리 농구를 하며 용돈을 벌기도 했다. 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고, 밖을 떠돌다 밤이 늦어서야 집으로 들어갔다. 꿈을 포기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는 노력 역시 하지 않는 채 어정쩡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건 신앙 덕분이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예전에 살던 동네로 다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부모님이 다니던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당시에는 딱히 신앙이 있어서 라기보다는 아들로서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겠다는 생각에 교회를 가게.. 2024.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