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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공유할 일상생활/1. 게으른 청년 이야기

<Episode.3> 꿈이 빠진 노력

by 공감디자이너 하투빠 2024. 5. 16.

첫 번째 좌절은 생각보다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고, 그것을 극복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농구선수의 꿈을 쉽게 접을 수 없었던 나는, 고등학교 입학 후 1년 동안 선수가 필요한 곳에서 용병으로 뛰기도 하고, 길거리 농구를 하며 용돈을 벌기도 했다. 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고, 밖을 떠돌다 밤이 늦어서야 집으로 들어갔다. 꿈을 포기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는 노력 역시 하지 않는 채 어정쩡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건 신앙 덕분이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예전에 살던 동네로 다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부모님이 다니던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당시에는 딱히 신앙이 있어서 라기보다는 아들로서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겠다는 생각에 교회를 가게 되었다. 그렇게 다니게 된 교회였지만, 그 곳에서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자연스럽게 신앙이라는 것이 생겼고, 이후로는 조금씩 마음의 심지를 단단하게 만들어 갈 수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시기에, 늦었지만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중학교 때는 농구만 하느라 공부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고, 고등학교 1년 동안은 마음을 잡지 못해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초가 부족했지만 더 후회하기 전에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신앙을 통해 만들어진 마음의 심지가 제법 단단해진 덕분에 우선은 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해서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다행히 무사히 대학교에 진학했다. 나의 노력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상황적인 도움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수능을 치던 해부터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문과는 수학 영역 점수를 반영하지 않는 대학을 선택해서 진학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 수학 점수와 상관없이 대학교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당시 나에게 수학은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점수를 받을 수 없었고, 거의 밑바닥 수준이었던 처참한 상황이었다. 그 때 기적처럼 하늘의 도움(?)으로 교육과정이 바뀌었고, 수학 영역 점수를 보지 않는 곳으로 진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려 국립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으니, 놓쳤던 시간에 비하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무사히 대학에 진학했지만, 그와 동시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대학교 진학이란 목표를 이루고 나니, 나를 움직일 원동력이 사라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문득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하고 싶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경험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나의 여행은 관장지로 떠나는 여행은 아니었고, 마음이 닿는 대로 자유롭게 떠나는 여행이었다. 그래서 정해놓은 목적지 없이 그 때의 마음과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떠나는 나만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대학교 입학 후 16개월의 시간 동안 참 많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고, 덕분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의 경험들을 통해 또 다른 인생을 배우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여행을 통해 경험한 시간들이 내 인생을 움직여 나갈 수 있는 귀중한 영양분이 되었다는 사실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