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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공유할 일상생활/1. 게으른 청년 이야기

<Episode.5> 억지로 떠난 2년 간의 여행을 마치고...

by 공감디자이너 하투빠 2024. 5. 16.

내 인생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던 군대에서의 2년이 끝나고 드디어 사회로 돌아왔다. 군인의 신분을 벗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지만, 아직은 사회인보다는 군인에 더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나는 이미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서 멋진 미래를 만들어봐야지!”

 

군 제대를 앞둔 남자라면 아마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군대를 전역한 초기에는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삶을 살기도 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대부분의 남자들은 다시 게으른 병장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늦은 밤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술을 마신 다음 날엔 늦게 일어나 빈둥거리다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겨우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 덧 늦은 오후가 되어 버린다. 그렇게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나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할 것 같아 초조해지지만, 결국 그보다는 휴식을 택하고 만다. 물론 모든 남자들이 그렇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꽤 많은 남자들이 군대를 전역한 후 이러한 일상을 보낸다는 것도 결코 거짓말이 아니다.

 

어쩌면 위의 이야기는 나의 모습을 일반화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생각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아무튼 나는 군대를 전역 후의 부지런함을 오래 유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원래의 게으름뱅이로 돌아갔고, 뭔가를 해야 한다는 희미한 의지를 가슴에 묻어둔 채 친구들과 노는데 열중했다. 그렇게 놀다보니 어느새 복학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고 부랴부랴 복학 수속을 마친 나는 다시 대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갑자기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사실로 인해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렇다. 군 입대 전의 나는 여행에 집중하느라 성적에 전혀 신경 쓰지 못했고, 그 점수를 만회하지 못하면 나의 미래는 정말 어두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나에게 사색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더 이상 허락되지 않았다. 현실을 깨닫고 그 현실에서 어떻게든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공부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나 스스로를 평가하자면 사회에 불만 가득한 소시민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나름대로 삶의 기준이 있어서 그에 반하는 사회 현상을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지만, 정작 그것을 바꾸기 위한 노력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소극적인 사람이 바로 나다. 더욱 최악인 건 노력만 한다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그저 방관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나 자신이 꽤나 능력이 있는 사람, 정확하게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 나는 거의 모든 집단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편이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원활하다. 대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나의 별명은 평균 90이었다. 운동, 관계, 외모, 지식 등 전반적인 능력이 평균 이상이라는 의미에서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이었다. 그리고 항상 함께 따라다니는 말이 있었는데, 바로 게으른 천재였다.

 

스스로를 천재라고 생각하는 게으름뱅이가 어떻게 세상을 살아왔는지 살펴보는 것은 어쩌면 단순한 유흥거리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반면교사로서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