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나만큼, 어쩌면 나보다 더 많이 게으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게으름이란 무엇인가. 나태함? 모자람? 어떤 의미로 생각을 하든지 간에 게으름이라는 단어가 긍정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게으른 사람에게 제대로 살라고 충고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신도 제발 게으름뱅이로 살아라!”
나에게 게으름이란 여유의 또 다른 표현이다. 다소 억지스럽다고 생각하는가. 생각은 자유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경험한 사회는 매우 바쁘게 돌아가는 곳이고,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공간이었다. 학창시절에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고, 성인이 되면 더 좋은 곳에 취업하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취업을 하면 끝날 것 같았지만, 취업하고 나니 더 좋은 실적을 내고 더 빨리 진급하기 위해 바쁜 시간들을 보내게 되었다. 아마 나중에는 자녀들에게도 똑같은 것을 요구하면서 타인과 서로 비교하는 삶을 살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의 시선을 만족시키기 위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 나는 게으름뱅이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확고하게 만든 것은 내가 가진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왔을 때였다. 이후로는 스스로에게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삶을 주고 싶었지만, 나 역시 바쁜 세상 가운데 살고 있었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때로는 남들에게 상처를 입히며, 훨씬 치열하게 살아 갈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다시 게으름뱅이가 될 수 있었던 건, 내가 믿는 신이 나에게 보내준 소중한 사람들 덕분이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서 치열한 삶을 살았을 것이고, 계속 그렇게 살았다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마음을 다쳤을 지도 모른다.
다행히 나는 마음이 많이 다치기 전에 나를 돌볼 수 있었고, 이후로는 게으른 삶의 태도도 유지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말들이 더 이상 상처가 되지 않았고, 그저 누군가가 떠들어 대는 의미 없는 소리라고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그리고 때로는 이러한 나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를 기도했다.
“당신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신비한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만나는 사람들에게 가끔씩 듣는 말이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건 나의 노력만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 내 옆에서 나를 지켜준 수많은 사람들이 심어놓은 씨앗이 맺은 열매이다. 그래서 항상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씨앗을 심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쩌면 씨앗의 크기가 너무 작아 눈으로 불 수 없을 지도 모르지만, 먼 훗날에 그 씨앗이 커다란 나무가 되어 열매를 맺는 모습을 본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 그리고 그 나무가 만든 그늘에서 누군가가 편안하게 쉴 수 있다면 좋겠다. 만약 여유로움이 사람이라면 누구나에게 편안한 쉼을 줄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진 녀석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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