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정신건강 분야에서 일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정신건강과 관련하여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을 하고 싶다. 지금 나는 병원에서 보냈던 시간들을 그리워하기에 아마 병원으로 돌아갈 것 같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지금 내가 처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 과정에서 찾아오는 기회를 잘 포착해야 할 것이다. 늘 그렇듯 내가 할 수 있는 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 나 스스로를 돌보고 아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라서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할 만큼 부지런하게 움직일 수 없다. 그리고 일 자체를 인생의 가치로 삼을 만큼 궁극적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은 나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다. 사람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싶은 생각도 크지 않다. 단지 내 옆에 있는 존재들을 지키고 싶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으름뱅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꾸역꾸역 몸을 움직이고 있다.
게으른 나에게도 한 가지 바람은 있다. 내가 서 있는 곳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나에게 주변이란 ‘가족’ 그리고, 기껏해야 나를 알고 있는 사람 정도인 것 같다. 모두에게 영향력을 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다만 몇 명이라도 나를 통해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할 것 같다.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나의 자녀들이 세상에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아마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올바른 마음과 건강한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것 정도 일 것이다. 이것이 게으른 나를 움직이게 하는 유일한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좋은 배경을 가진 가정에서 태어났더라면, 혹은 엄청난 부를 가졌더라면 좀 더 인생에 대한 욕심을 부렸을까. 그 상황이 되지 않아서 알 순 없지만, 누구나 한번 쯤 해볼 수 있는 상상일 것 같다. 하지만 돈이 많거나 좋은 배경을 가졌더라면 나는 이 세상에 많은 해를 끼치는 나쁜 사람이 되었을 것 같다. 스스로를 평가하자면 상황에 따라 나쁘게 바뀔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많은 사람인 것 같다. 이유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솔직하지 못한 인간이기 때문에 나쁜 인간이 될 여지는 충분하다. 아마도 내가 믿는 신께서는 나의 이러한 점을 아셨기 때문에 ‘금수저’를 지닌 인간으로 태어나는 걸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이런 부족함을 채워주는 배우자를 만난 덕분에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믿는 신은 앞으로도 나에게 엄청나게 많은 재물과 배경을 주시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내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데 부족함이 없을 만큼 훌륭한 사람들을 보내주실 것이다. 게으른 성격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무사히 지낼 수 있었던 건, 다양한 상황 속에서 그에 걸맞은 훌륭한 사람들이 항상 내 옆에서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제는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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