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6] : 육아와 결혼생활/1. 아빠(개)와 엄마(고)양이의 육아(생)활

[Part3. 고양이, 출산하다!(2)]

by 공감디자이너 하투빠 2024. 4. 11.

(* 이 글은 전자e북으로 출판된 "아빠개와 엄마고양이의 육아생활"의 내용 중 일부임을 알려드립니다. 전체 내용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은 알라딘, 예스24, 유페이지를 통해 검색해보시기 바랍니다.)

 

 

<15> : 개 짖는 소리

 

출산 과정 중 뜻하지 않게 간호사와 대립하게 되었는데, 아내가 분만실에서 힘들어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간호사는 나에게 아기 탯줄을 직접 자를 건지에 대해 물었고, 나는 이미 아내와 상의된 내용에 따라 탯줄을 자르지 않을 거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간호사는 나에게 남편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남편이 함께 출산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당연히 탯줄을 잘라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이야기를 쏟아내며 나를 질책했다. 나는 그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내와 상의를 해서 탯줄을 자르지 않기로 했는데 도대체 왜 저러는 건지 모르겠다. 순식간에 나는 나쁜 남편이 되었지만, 마지막까지 나는 탯줄을 자르지 않았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번 일로 인해 간호사에 대해 편견이 생긴 건 전혀 아니며, 오히려 다른 한 분의 간호사는 너무 친절하고 믿음직해서 다음에도 출산과정을 부탁드리고 싶을 만큼 좋은 분이었다.

 

아내가 임신해 있는 동안 우리는 출산의 순간과 관련된 이야기를 가끔 나누곤 했다. 그 중 자주 했던 이야기가 남편이 탯줄을 자르는 것과 분만실에 함께 들어가는 것이었다. 아내는 그 두 가지 모두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 즉 남편이 분만실에 들어오는 것도 싫고 탯줄을 자르는 것은 더욱 싫다는 입장이었는데 이유는 이랬다. 출산은 감격의 순간임이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내가 여자로서 가장 보이기 싫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간혹 남편이 분만실에 함께 들어가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탯줄까지 직접 자른 후부터 아내가 더 이상 여자로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아내와 부부관계를 하려고 하면 출산 당시의 그 순간이 떠올라 관계를 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아내는 아기가 태어나면 모든 상황이 정리된 상태에서 남편인 나를 맞이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아내의 또 다른 생각을 말하자면 아빠가 탯줄을 자르면 아이가 건강하게 자란다는 미신과 같은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 미신에 따른 통상적인 행위에 동의하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컸다고 한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아내의 그러한 입장을 존중했다.

 

우리 부부는 분만실에 들어가거나 탯줄을 자르는 것 등 출산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눈 편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들이 대부분 이루어졌고, 그 덕분에 출산 당일의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간호사의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출산의 순간이 다가오면 생각보다 훨씬 정신없고 머리가 멍해진다. 그래서 출산 초반에는 다소 냉정함을 잃을 수도 있고, 평소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고민과 선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부부가 대화를 자주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알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 책의 내용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하며,

이 책 내용의 전체 또는 일부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저작권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