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가득한 첫 경험을 뒤로 하고, 다시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냉정한 눈으로 바라봤을 때 나에겐 두 가지의 큰 약점이 있었다. 하나는 진로를 변경한 시간만큼 남들에 비해 시작이 늦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대학교 졸업이 아닌 디지털대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원래 다녔던 대학교의 졸업장은 사회복지 전공이 아니었기에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불리했고, 또한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내 나이가 많은 것도 불리한 부분이었다. 특히 몇 차례의 면접을 접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대부분의 팀장급들이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여자들이 많은 조직의 특성 때문인 듯한데, 내가 팀장이라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팀원을 뽑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졸업 직후 취업할 때는 어리다는 것이 약점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나이가 많아서 불리하다는 사실에 기분이 묘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전략이 필요했다. 파악한 약점을 보완해야 했지만, 사실 그건 내가 물리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 아니었다. 대신 나의 강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취업을 하는데 있어 내가 가진 강점 중 하나는 면접 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외모였다. 그리고 말을 조리 있게 한다는 사실과 글을 잘 적는다는 것은 자기소개서를 쓸 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나의 전략은 강렬한 인상의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이었고, 그렇게 해서 면접에만 붙을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력서에 쓸 수 있는 내용이 빈약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자기소개서 내용을 참신하게 쓰는 것 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면접까지 올라가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이력서를 채울 수 있는 내용이 많지 않다는 것이 치명적이었고, 거기에 나이까지 많으니 나보다 어린 팀장이 있는 조직은 절대 나를 뽑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 사회복지 분야의 인맥도 없으니 정보를 얻을 수도 없었다. 이제부터는 지치지 않는 마음과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뚝심이 필요했다. 운이 좋게도, 마음이 지치기 전에 면접의 기회가 먼저 찾아왔다. 원래라면 내가 가진 스펙으로는 지원조차 할 수 없는 곳이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격이 조정된 상태로 재공고가 뜨게 되어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정으로 지원한 곳이었다.
면접 당일, 미리 챙겨두었던 정장 대신 캐주얼에 가까운 세미 정장 차림을 하고 면접 장소로 향했다. 아마도 똑같은 정장 차림의 면접자가 아닌, 면접관의 눈에 띄는 면접자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역시나 면접 장소에 가니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정장을 입고 있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고, 대부분 남자로 구성된 면접관들은 얼핏 봐도 모두 나보다 나이가 많을 것 같았다. 나름대로 면접을 잘 봤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면접을 마치고 나오니 정장을 입지 않은 것이 괜히 후회가 되었다. 갑자기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 면접 장소와 가까운 곳에 있는 바다로 가서 마음을 정리했다. 그 날 저녁,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하던 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최종 합격했습니다. 정해진 날짜부터 출근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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